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슬의생 시즌2 설마 하겠지?review 2020. 5. 26. 16:27반응형
얼마 전 TV 시사 예능 프로그램에서 어떤 교수님이 그러시더라. 이제 TV가 '바보상자'라는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날 때라고. 일정 부분에선 나도 동의하는 바이다. 30대부터인가? 다큐를 챙겨보는 편이었는데 그걸 통해 얻는 정보와 지식이 꽤 쏠쏠한 편이었다. 또 직장이나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"그거 알아?" 하며 말문을 틔우기 좋은 이야깃거리가 생기는 것도 다큐를 보는 목적 중에 하나이기도 했다. 그 주제가 시대와 맞아떨어지거나 모두의 관심사인 내용이라면 나는 꽤나 재미난 '스토리텔러'가 되기도 했다.
TV도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'유익'과 '무익'이 주어지는 거라 생각한다. 그렇다고 무조건 웃고 떠드는 예능이 '무익'이라 생각하는 건 편견이다. 재미난 예능 한편으로 하루의 스트레스를 덜어 준다면 그 어찌 '무익'이라 할 수 있을까. 오히려 펙트라며 진지한 표정으로 전해주는 잘못된 뉴스를 보는 게 우리에게 더 '무익'한 시간이 아닌가 생각한다.
아내도 나도 드라마를 좋아하는 편이다. 말도 안 되는 막장 드라마나 어이없는 스토리 전개의 드라마는 거른다. 그래서 얼마 전부턴 드라마는 '종편' 위주로 보는 거 같다. 그중 tvN의 '응답하라' 시리즈를 너무 재미있게 봐 왔다. 이때부터 드라마 '연출'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열리게 되었다. 다시 말해 신원호 PD가 연출한 드라마는 종전의 것들과 판이하게 다름을 느낀다.
신원호 PD는 75년생이다. 그가 연출했던 드라마들의 공통점은 지난 80~90년대를 너무나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거다. 드라마에도 '미장센'이란 용어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소품 하나하나에 쏟은 정성은 옛 유물의 '고증'과 진배없다. 어디 소품뿐인가? 그 당시 문화, 음악, TV 프로그램, 광고, 패션까지... 이건 마치 80~90년대를 통째로 보여주는 느낌이었다. 내가 이렇게 과찬? 하는 건 일면식은 없지만 신원호 PD와 동년배고 '응답하라' 시리즈의 주인공들과 비슷한 나이로 같은 시대를 살아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. 그만큼 잘 알고 눈물 나게 그리운 시절이니까.
'슬기로운' 시리즈는 이전의 '슬기로운 감빵생활'이 먼저다. 이때 드라마로서 너무 생소한 소재라 잠시 의구심이 생겼었는데 결국 역시 역시 하며 챙겨 보게 됐었다. 사실 '응답하라' 시리즈보다 '슬기로운 감빵생활'에서 신원호 PD의 진 면목을 깨닫는 계기가 된 거 같다. 어떻게 저런 소재로 드라마를 제작할 생각을 했을까? 내 생각엔 공감대가 별로 없을 거 같은 이야기로 어떻게 반응을 얻어낼 수 있을까? 했는데 결과는 의외로 나쁘지 않었다. 어쩌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대가 있는 '생활'이었을지도 모르겠다. 덜덜
신원호 PD 연출작 최고 시청률
2012년 '응답하라 1997' (16부작) / 최고 시청률 5.1%
2013년 '응답하라 1994' (21부작) / 최고 시청률 8.8%
2015년 '응답하라 1988' (20부작) / 최고 시청률 18.8%
2017년 '슬기로운 감빵생활' (16부작) / 최고 시청률 11.2%
2020년 '슬기로운 의사생활' (12부작) / 최고 시청률 13.1% (20.05.26일 기준)신원호 PD 연출작들 시청률을 살펴보아 2가지 반응을 유추해 볼 수 있다. (내가 뭐라고) 한 가지는 2015년 '응답하라' 시리즈로 시청률 정점을 찍어 한 것 기대감에 부풀었을 시청자들 에게 2년간의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역시 '감빵생활'은 다수가 공감하지는 못했던 거 같다. 그리고 또 한 가지 '응답하라 1988'이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걸로 보아 역시 사람들은 최근보단 예전의 기억들이 더 아름답게 남아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. 그중 한 명이 나다.
이번 '슬기로운 의사생활'이 매주 목요일에만 방영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매우 실망했었다. 어떻게 한주에 한편만 보라는 건지... 왜 기다리는 시청자 생각은 안 했을까? 원망했다. 개다가 12부작 이라니 나 원... 지금은 달리 생각한다. 요거 요거 시즌제가 맞구만! 시즌2 하려고 이랬구만! 너무 멀지 않은 시간에 시즌2 예고를 봤으면 한다. 그래 찬바람 불 때 그때! '슬기로운 시청생활' 하고 싶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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